5. 전주한옥마을 화순집

2020. 5. 1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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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의 골목들을 뒤로 하고

전주천을 건너기 위해 오목교를 건너야 한다

저기 목동구장이 보이네요(?)

사실 가도 의미가 없는데

그냥 한 번 건너본다

꽃피는 봄이 살짝 지난 시각이라 꽃이 만발한 모습을 볼 순 없지만

(그리고 이만치 걸으니 은근 더웠지만)

나름 괜찮았다

코로나 때문에 국립전시시설 및 공연장이 모두 문을 닫아서 뭐 아쉽지

최근에 지어진 곳이라 건물도 깔끔하고 시원시원하게 뻗어있다

???

그냥 저런 건물이 있구나~ 하고 구경만 하고

다시 다리 건너서 점심 먹으러

여름에는 이런 평상에서도 먹을 수 있나보다

지금도 가능한 것 같긴 한데 뭔가 수상해서

가게가 딱 3곳 있는데

어제 차가운새벽에서 추천해준 화순집으로 갔다

나올 때 보니까 탕의 가격은 옆 가게들도 똑같은 것 같더라

IMF 한파 얘기 나오는거 보니 20세기 말엽의 신문기사 같은데

점심시간을 약간 넘긴

4월의

목요일이라 손님이 없었고

바로 가까운 방으로 안내받았다

(독방에서 신발벗고 방에서 먹는 식이다)

기본반찬세팅은 다음과 같다

솔직히 이거만 가지고 밥 한 공기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소주 먹긴 좀 쎄고

맥주는 심심해서 색다른게 있나 찾아봤는데

부안뽕주라는게 있어 시켜봤다

오디열매로 만든 술이라는데

청와대 만찬주라나?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6/12/20090612012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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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음식 먹을 때 좋은 게

음식 어디든 깨소금을 아끼지 않아

씹을 때마다 고소함이 넘친다

이걸로 한 잔 하고

깻잎도 별다른 양념 안돼있어 보여 그냥 간장절임 아닐까 했는데

한 잎 밥에 싸서 먹어보니 범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래김도 예전에 집에서 가스불에 구워먹던거 생각나

먹었는데 다른게 너무 많아서 미처 먹질 못했다

아주 간결하고 아주 담백하고 아주 맛있는 배추김치와

호박전과 계란말이

정말 전주 분들 말처럼 여기는 밑반찬마저 허투루 보면 안되는

밥 맛 없으면 욕먹는 동네라 기본 찬의 레벨이 상당했다

원래 이 쏘가리탕 준비에 시간이 좀 걸리는지라

미리 전화로 예약하고 가면 바로 받아먹을 수 있다는 충고를 들었는데

다행히 갔을 때 손님이 별로 없어서

생각보다 빨리 먹을 수 있었다

소짜 시켰는데 이거 모자라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일단 밥도 고봉밥에

먹어도 먹어도 안 주는 반찬과 탕의 무게감을 견디지 못하고

생선살도 부들부들하고 풍부한 맛이었다

후식으로 누룽지와 숭늉이 나온다

이거 먹을 때 쯤엔 너무 배불러 약간 먹는둥 마는둥 했는데

아직도 후회된다 ㅠㅠ

정말 밥을 해서 나온 누룽지라니...

뚝뚝 조각 내어 집어먹는데

원래 누룽지를 별로 안 먹지만 이건 어쩔 수 없었다

방송 소개된 날짜부터 뭔가 근본력 넘쳐서

정신을 못차렸다

세월이 느껴지는 분위기의 식당 내부가 참 인상적이었다

이건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 이런 걸로는 흉내도 못 낼 것

비싸지만 쏘가리탕을 꼭 먹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