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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에서 석굴암으로 가는

제한속도 40키로의 굽이치는 산길은

정말 잊지 못할 운전경험이었다

게다가 바로 앞에 관광버스도 있어서 치고 나갈 수도 없었다

세상 행복 ^^

주차장에는 플라밍고 색깔의 망원경이 있는데

보다시피 공기 질이 이래서 뭐 뵈는게 하나 없었다

자본주의의 대종...

뭐 그래도 경주 왔으니 불국사 석굴암은 보고가야지

아까 운전할 때 너무 힘이 빠져서

차라리 여기까지 산길을 걸어오는게 더 편했나 생각도 들었다

여기도 불국사와 마찬가지로 입장료 5000원, 카드 됨

앞에서 티켓 받는 분이 참 밝게 인사해주셔서 그건 좋았다

입구에서도 이런 흙길을 10-15분 정도 걸어가야한다

딱히 힘든 건 아님

눈도 오지 않은, 건조한 겨울의 산사는 참 쓸쓸한 느낌이 든다

사시사철 무슨 색이건 들어있던 산이 한번 탈색을 한 느낌

아니 굳이 두 개나 할 필요는...

기념 스탬프가 좀 유치한 디자인이다;

석굴암 내부는 촬영금지다

불교신자도 아니고, 고미술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만

그 안의 경건한 분위기, 누가 봐도 아름답다는 느낌이 대번에 올 정도로

조화와 평온함, 경건함이 느껴지는 신비한 곳이었다

뭐 그렇다고 5000원 할만큼이냐 그건 아니지만 야 그래도 세계문화유산인데

그...그렇군요;

화장실에 자꾸 이상한 센스 발휘하는 것도 참 유별나다

이제 진짜 경주에서 마지막으로 갈 곳인 문무대왕릉

앞의 해수욕장으로

도착하자마자 반겨주는 금연 안내

약간 당치도 않게 크게 조성되어 있어 느낌이 참 미묘했다

모래는 해안 안쪽에 있고 자갈밭에

겨울에는 뭐 볼 거리도 없는 쓸쓸한 겨울 바다였다

근데 그 겨울바다도 나름의 느낌이 있었다

우선 사람 없어 호젓한 분위기에 (그래도 없는 건 아님)

비싼 돈 현금으로 들이부을 필요도 없고

분위기를 어지르는 음악이 없다

파도가 가만히 밀려와 자갈밭으로 스며든다

하얀 거품을 내며 사그라들고

또 다음 파도가 들어온다

그 소리가 너무 좋아 마냥 듣고 있었다

근데 그러니까 너무 추웠다

바로 위쪽에 있는 편의점으로

24시간 하는곳이 아닌가보네

이렇게 해수욕장이랍시고 앞에서 장사하던 횟집들은

대왕릉 바로 앞에 평상과 몽골텐트를 깔아놓고는 있더라

뭐 이런 시절에 손님은 없지만

저기가 문무왕의 유골이 '뿌려진' 곳이라는 얘기도

유골이 '묻힌' 곳이라는 얘기도

또는 저기가 아니고 그냥 해본 얘기(...)라는 말도 있다고 하더라

간혹 저렇게 텐트가 쳐져 있는 곳도 있었는데

막 꽹과리치고 굿하고 있더라; 세상 무섭다 진짜

우리나라의 왕 가운데 이렇게 바다에 묻힌 왕이 정말 흔치 않기도 하고

아무래도 삼국통일이라는 대업을 완성한 왕이다보니

이쪽에서 그런 영험한 기운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가더라

곳곳에 불을 피우거나 향을 피운 흔적이 있었다

참 쓸쓸했지만, 그래서 좋은 곳이었다

바다 가운데 바위에 유골을 묻을 생각을 하다니 참 이 사람도 신기한 사고구조를 갖고 있다

오늘 마지막 목적지인 구룡포

내비 찍으면 내륙 방향으로 돌려 가는게 좀 더 빠른데

일부러 해안도로를 타고 갔다

운전하며 힐끔힐끔 보는게 다 였지만

그래도 동해안을 끼고 달리는 느낌이 참 좋았다

그래도 생각보다 좀 늦어져 해가 모두 진 다음에야 도착했다

바닷가여서인지 많이 쌀쌀했다

주차장이 꽤 많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어디가 무료로 댈 수 있는 곳인지 몰라서

일단 정산소가 없는 아무곳이나 들어갔다

근데 정말 아무곳이어서 시장과는 한참 떨어져있는 곳이었다

슬슬 출항을 준비하는 배들의 모습도 보였고

이걸 좀 진작 알았으면

아니 그럴리 없다 드라마도 안봤는데 무슨

여기서는 목적이 해산물이 들어간 무엇을 먹는다 딱 하나였는데

사전정보가 따로 없었기에 좀 헤매다가

뭔가 수협이라고 하니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들어갔다

대계&회센타라고는 돼 있지만

언뜻 보이는 돌솥비빔밥, 칼국수 저런걸 보니 혼자 가도 될 것 같더라고

아까 출항 준비하던 어선들이 하나둘 떠나고 있었고

횟감을 1층에 있는 직판장에서 사와 맡기고

2층에서 먹든가

2층에서 직접 시켜먹든가 하는 것 같더라

배도 고프고 운전도 오래했고 슬슬 컨디션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아

따끈한 걸 먹을까 했는데(막 대게라면 이런거 생각하고 들어옴)

물회? 바닷가 왔는데 물회를 안 먹을 순 없지 해서

오늘의 물회를 시켰다

생각보다 소박한 구성이었는데

저게 참가자미라고 하더라고

그릇이 퍼먹기 좋은 특이한 형태여서 신기했다

같이 나오는 냉육수를 한꺼번에 다 붓지 말고

천천히 부어 처음에는 밥 넣지 말고 회랑 육수를 먹고

1/3 정도 남았을 때 밥을 넣고 비벼먹으라고 매우 친절히 알려주셨다

물론 나도 물회 처음 먹는 거라고 솔직하게 말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와 근데 물회라는게 이런 거였나 생각이 든게

생선이 아주 부드러워 질겅질겅 씹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고

그 서울에서 시키면 나오는 살얼음 동동 떠서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물회가 아니라

이 한겨울에도 시원한 느낌이라 참 먹는 맛이 있었다

적당히 먹은 다음 밥 넣고 섞섞했고

아주 맛있게 먹었다

가격이야 비싸지만 그 정도 내고 경험할 가치는 충분했다

구룡포수협 티켓은 뭘까? 1층 직판장에서 뭘 사면 주는걸까?

다른거 먹고 게장비빔밥, 게라면 추가로 해준다는건 대체 무슨 맛일까?

너무 궁금했다

내가 물회 처음 먹는다고 고백했는데 너무 맛있게 먹는 것처럼 보여서인지

사장님이 계산하면서 잘 먹었냐, 맛은 좀 어땠냐, 다른데서 먹어본 거랑은 차이가 있냐

막 이런걸 물어봤다. 근데 잠깐 처음 먹었다는데 왜 다른데서 먹어본걸 물어봤지 아무튼...

매우 좋았다. 다른 가게도 많은데 일단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운영하는거니까... 

다음에도 간다면 여길 가지 않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