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졸다 이사하야 지나치면 아주 피곤해지므로

꾸벅꾸벅하면서도 악착같이 버티다

내리자마자 바로 쾌속열차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탔다

시사이드 라이너 전용 랩핑열차도 있는데 걍 키하66이 옴

키하 66계 전동차도 조만간 큐슈에서 싹 퇴출당한다고 하니

나름 의미는 있는 셈이다

원래 바닷가가 보이는 왼쪽에 앉으려 했지만

참 사람들 눈치도 빨라서 거기부터 창가자리가 채워지더라

일단 오른쪽에서 눈치를 보다가

빈자리가 생겼을 때 재빨리 옮겨갔다

아파서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있었는데 참 별 걸 다 했다

무슨역이었더라 아무튼 여기 지나면

구글맵 상에서는 바닷가 병주하는 노선이라 좀 기대했다

근데 막상 지나가니까

바다가 너무 잔잔해서 무슨 호수인 줄 알았다

그래도 기차에서 약간이나마 자고 나니 몸 상태가 눈꼽만큼 좋아졌다

이정도면 됐다

종착역인 사세보 도착

로그킷 버거도 유명하다 들었는데

굳이 햄버거를 두 개 먹을 이유는 없어서...

원래 나무로 된 커다란 JR최서단 사세보역 팻말이 있어야 하는데

저런 허접한 것만이 남아있었다

장사 똑바로 안하냐...

뭐 이런 건 있더라

일본 최서단 사세보역

사실 진짜 최서단 역은 사세보에서 출발하는 마쓰우라 철도 타고 가야 있지만

아니 근데 그 최서단 역의 시계가 고장이라고?;;

일단 사세보의 유명한 버거집이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걸어가 봤다

나오자마자 반대편에 상당히 뜬금없는 지형에 교회가 있었다

정교회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남에게 행하십시오

좋은 말이네요 하하

사세보욘카쵸...라고 하는데

그냥 일본 지방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케이드 상점가였다

그나저나 입구부터 이런거;;;

아케이드에서 빠져나와 약간 뒷골목 쪽에 있다

가게 외관만 봐도 느껴지는 시간의 흔적

원조 베이컨에그버거

근처엔 공용주차장도 있나보다

근처에 가게가 세 군데 있던데 아무래도 본점에서 먹어야 하지 않겠나! 싶어

여기로 온 건 그럴싸한 소리고 그냥 여기가 제일 가까웠다

메뉴 선택과 계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괜히 이런 데서 음료는 콜라 사이다 말고 다른 걸 시키게 됨

여기도 칸코레 포스터가;;;

해군의 도시다보니 콜라보가 잦은가보다

빅맨버거는 타베로그 햄버거 부문 100대 명점포에 다년간 등재된

햄버거하면 알아주는 가게인 듯 했다

아무래도 미 해군도 기항하던 도시라

일찍이 햄버거가 유행했나보다 (마치 요코스카처럼)

여기도 1970년 오픈이니 반 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곳인 셈 

뭐 누군지 도무지 모르겠다만

상당히 유서깊은 곳임은 잘 알겠다

우선 감자튀김부터 나왔다

일단 신기했던 건

1. 소금과 후추의 간이 엄청 쏐다 (그래서 음료를 계속 찾게 됨)

2. 그럼에도 맛의 밸런스는 맞았는데

3. 왜냐면 감자 자체의 맛이 강했기 때문이다

일반 프랜차이즈 햄버거체인의 감튀처럼 심심하게 간했으면

감자맛이 쎄서 약간 감자무침 먹는 느낌이 났을 것 같았다

잘 모르겠으면 첫 번째 메뉴를 시키는게 최소한 손해는 안 보더라

방금 조리한 것이어서 아주 뜨끈뜨끈했다

볼륨감도 상당했고 맛의 조화가 잘되는 햄버거였다

세트가 1320엔인데 이정도면 충분히 먹을만하다

9월 하코다테에서 먹었던 럭키삐에로의 베이컨에그버거와는 완전 다른 스타일이었다

(난 둘다 좋지만)

I like to see your smile

아 참 맛있었다

접시 반납하고 나올 때 잘 먹었습니다, 하니까

표정없는 젊은 남사장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외국인인줄 알았을텐데

들어갈 때는 손님이 나 혼자밖에 없어서 

뭐지 주문해도 되나 생각했는데

전화로 예약하는 사람도 있고

저녁밥 시간이 되자 하나둘 손님들이 들어왔다

손님많은 낮 시간에는 번호표도 발급할 정도로 붐비는 곳인가보다

길가로는 패티를 굽는 모습이 보이고

여기서 대기하는 듯

전화주문도 되는,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도 있는 듯

...정말 가는 곳마다 보여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하카타로 돌아가는 열차 시간은 한참 남았고

맛있는 걸 먹고나니 컨디션도 좋아져서 

사세보 주변을 산책이나 할까 하고 나섰다

아직 해지기 전이라 그런가 많이 한산했다

보기와는 달리 오른쪽이 고가도로고 왼쪽이 철도다

초라한 마쓰우라 철도...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이쪽으로 가면 바다가 보이겠지~ 하고 간 거였는데

생각보다 바다를 제대로 보려면 멀리 가야했다;

사세보에도 아사이치가 있더라

문 닫을 때기도 하고 밥 생각이 없어서

그냥 이런게 있구나 하고 지나갔는데

식당의 정식 구성이 꽤 괜찮아보였다

저게 사세보시 마스코트인가보다

얘들은 여기서도 포경선을 띄웠었나?...

시사이드 파크...라는데

다소 쇠락한 느낌이 드는, 사람없는 공원이었다

낚시를 하는 사람, 전화를 받으며 우두커니 벤치에 앉아있던 사람이

내가 본 사람의 전부였다

뭐, 나름 풍경은 괜찮았다

여기까지 오니 슬슬 추워서 어디 실내로 들어갔다

우리나라에서는 안 팔던 것 같은

유자시트러스 티를 시켰다

주문할 때 직원이 테이크아웃이냐 실내에서 먹는거냐 묻길래

들고나갈거라고 했는데 (그냥 나가서 좀 버티면서 바깥 산책좀 하려고)

막상 나가려니 너무 추워 그냥 실내에서 먹기로 했다

본의아니게 탈세를 저질렀다;

...이렇게 할 게 없을 줄 알았으면 그냥 일찍 돌아가는 걸 탔어도 됐을텐데...

좀 지루하게 버티다보니 하카타행 열차 출발시각이 가까이왔다

타기 전에 시간이 좀 남아 대합실에 앉아있었는데

어느 영어가 모국어인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니마이킷푸를 보여주며

이걸로 저 열차(미도리) 탈 수 있냐고 물어봤다

난 니마이킷푸의 사용범위가 어떤지 몰라

당신이 여기서 산거 아니냐, 직원에게 물어보라 했으나

그들은 굴하지 않고 계속 나에게 이 티켓으로 어떤 열차를 탈 수 있는지 질문했다

그래서 2 in 1 티켓이라고 얼버무리고 말았는데

니마이킷푸로는 특급열차(소닉, 카모메, 하우스텐보스, 미도리 등등) 자유석을 탈 수 있다고 한다

체력이 고갈된 상태여서 머리가 잘 안 돌아 찾아보지도 않고 도망치듯 열차에 올랐는데

나한테 질문하던 그 외국인들, 이 열차 잘 타고 하카타까지 왔더라;

아무튼 머리는 지끈지끈하고 속도 메슥거리고 하여

잠도 제대로 못자고 끙끙거리며 하카타까지 돌아왔다

와서 바로 드럭스토어에서 종합감기약+스포츠음료 사서

숙소 욕조에 뜨거운 물 받아 푹 담그고 약 먹고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