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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찰구 앞에 역 스탬프가 놓여있다

가까운 곳에 갈거라 특급권을 따로 예약하지는 않았다

아사히카와가 홋카이도 제 2의 도시인만큼

북으로는 왓카나이와 아바시리

남으로는 삿포로와 신치토세 공항, 후라노 방향 열차가 많이 다닌다

참 일본은 이런거 좋아하는 듯

아사히카와 역이 고가화하여 리뉴얼될 때

후원한 이들의 이름이라고 한다

원목을 사용해 되게 분위기있게 꾸며놓았다

12시 31분 출발하는 보통열차를 탈 것이다

딱 한 칸 짜리 디젤동차

정말 홋카이도에서 지겹게 본다

10분 여를 달려 도착한 나가야마역

소야 본선 열차

아마 리시리후지 그림이겠지?

정면의 문 앞에는 뭔가 판넬을 끼워넣을 수 있는 틀이 있는데

임시쾌속으로 운행할 때 쓰는 거 아닐까 짐작했다

사실 좀 판단을 잘못했는데

오늘 목적지에서 그나마 가까운 역이 나가야마라

좀 걸어가면 되겠지 했는데

그건 홋카이도를 너무 우습게 본 것이었다

버스정류장이 가끔 보이긴 한데

뭐 사람도 거의 없고 쌩쌩 달리는 차들만 있다

리터당 가솔린이 130.8엔이니까 싸긴 한데

푸리카 라는 선불카드로 결제했을 시의 가격이다

그 와중에 파칭코 주차장에 차가 가득 들어차있는 걸 보며

일본의 암울한 미래를 느낄 수 있었고(...)

비온다는 얘긴 없었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산도 없어서 급한대로 카메라는 가방에 넣고

이온몰에서 비를 피할까 했는데

다행히 지나가는 비여서 금새 그쳤다

인터넷 만화 당구 다트

그리고 점심엔 100엔 런치메뉴도 팔고

상당히 큰 건물이었는데 24시간 인터넷 카페였다

간선도로 근처라 이런 드라이버, 라이더 대상 가게가 많이 보였다

높은 건물 하나 없이 일직선으로 쭉 뻗은 거리가

좀 쓸쓸해 보이긴 했다

대략 30분은 걸었을까

마참내!

남-산

여기를 이렇게 고생하면서 올 이유가 있었을까

좀 후회도 했지만...

(나중에 찾아보니 버스로 오는 것도 그리 쉽지는 않았다)

양조장이지만

나름 앞뜰도 괜찮게 꾸며놓았다

출입구의 모습

올해 5월 열렸던 전국 신 사케 감평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고

정식명칭은

오토코야마 주조(술빚기) 자료관 인가보다

입장료는 없고

09:00 - 17:00 오픈하며

1층은 매점과 시음코너, 2-3층은 이런저런 전시관

한글로 된 리플릿도 있다

입구에는 걸치고 기념촬영할 수 있는

전통복장같은게 비치되어 있었다

사케를 만드는 공정을 구경할 수 있나 봤는데

모든 공정을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좀 실망했다

메이지 덴노시절 창업했나보다

오토코야마 라는 브랜드 자체는

에도 막부 시절부터 오사카에서 생산되었으나

19세기 들어 인기가 주춤하여 폐업했는데

아사히카와의 야마자키 주조(현 오토코야마 주식회사)라는 곳에서

브랜드를 이어받아 다시 살아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에도 막부 시절의 자료도 많이 구경할 수 있다

세계 각지에서 판매되나보다

이시국에;;

매년 2월 둘째주 일요일에 회사 차원에서

일종의 축제를 개최한다고 한다

참고로 아사히카와의 2월 최저기온은 영하 13도, 최고기온은 영하 4도다

우리와는 생활방식이 완전히 다른 곳이다;

전시관 내 사진 촬영 오케이라고 한다

실내기온이 24도 정도였는데

딱히 공조장치가 돌아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밴 헤일런의 베이시스트인 마이클 앤서니가 89년에 방문했다고;;

에도 막부 말기까지 팔렸다는 나나츠우메 라는 술과 관련된 우키요에 같다

당시 술을 빚을 때 쓰던 도구나 술병,

술과 관련된 그림들이 제법 많았다

3층은 사케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를

전시하고 있었다

안 펼쳐보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리플릿의 설명이 꽤 상세했다

손님은 별로 없었고

3층에서 사케의 제조과정 비디오를 한 중국인 커플이 보고 있었다

앞쪽의 스크린에서 언어를 선택하면 해당 언어로 설명해준다

좀 볼까 했는데

아까 너무 많이 걸어온 나머지

체력이 금새 바닥나서 단념하고 내려가기로 했다

그와중에 바깥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계속 거센 바람이 불지 않나, 빗방울이 흩날리질 않나...

다음 목적지도 걸어가야 하는데 좀 걱정이 됐다

헉 이건 뭐지 했는데 LA 한인마켓에 납품한다는 소리였다

1층 매점으로 내려왔다

우선 눈길을 끈 건 주정으로 만든 아이스크림

술도 물론 팔고 있었다

이 양조장에서만 살 수 있다는 술도 많았다

이런 카드가 걸려있고

이 카드를 계산대로 가져가면 물건을 꺼내주나보다

그 옆에는 시음코너가 있었는데

운전 여부를 물어본 뒤 계속 따라줬다

드라이한 술부터 달콤한 것, 스파클링 사케도 먹을 수 있었다

말을 좀 더 잘 할 수 있었다면

이런 맛의 차이가 어디서 나는 것인지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술은 무엇인지 뭐 이런저런 것들도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저 맛있어하는 표정만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사먹어보고 싶은 술이 많았지만

짐도 무겁고 가방은 터질 것 같고

어쨌든 들고다녀야 하니까 너무 무거운 건 못 사고

선물용 세트와 아까 봐두었던 아이스크림, 

그리고 가격이 적당했던 한정판 술 작은 것을 하나 샀다

나왔는데 시음 그거 좀 했다고

약간 알딸딸했다;;

빗방울도 좀 내리고 있어 쉬었다가자 하고 양조장 옆 벤치에 앉았다

450엔짜리 주정 바닐라아이스크림

무려 금가루가 뿌려져있다!

슈퍼 호쿠토에서 먹었던 닷사이 아이스크림과는

또 다른 사케맛이 났다

아사히카와 시내 다른 가게에서 파는지 모르겠는데

먹을 기회가 있다면 한 번 사먹어봐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먼 거리부터 고생하면서 온 곳이지만

꽤 재미있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