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소야 미사키
극장 옆 휴게공간 한 켠에는 이런 테라스같은 곳이 있는데
도착/출발하는 열차 사진을 찍기 좋은 스팟이었다
하루에 출발하는 열차라 봐야 2시간 걸러 한 대 있는 정도라
출발 안내도 저렇게 심플하다
생각해보니 철도종단점을 안 찍어서 다시 나왔다
저 철로 흔적을 따라가면
아까 봤던 방파제 돔과 왓카나이잔교 역(이 있던 자리)이 나오겠지
버스 탈 시간이 돼서 나왔다
세이코마트 앞 1번 정류소에서 소야미사키 행, 공항 행 버스를 탈 수 있다
여느 일본 버스와 마찬가지로
뒤로 타서 앞으로 내리는 식이고
정리권을 뽑아야 하는데
왕복 승차권을 구입한 경우
다른 거 필요없고 승차권만 내면 된다
텐포쿠 소야미사키 버스는
왓카나이에서 출발해
소야미사키, 하마톤베쓰, 오토이넷푸로 간다
과거 국철 시절 운행하던 텐포쿠 본선이 폐선되고
해당 노선의 대행 버스 개념으로 운행되고 있는 버스이다
말이 대행버스이지
소야미사키에서 출발해도
승용차로 2시간 이상 걸리는 엄청 긴 노선 버스다
왓카나이-소야미사키가 50분 정도 걸리니까
편도 3시간 코스인 셈
그래 아무래도 홋카이도의 버스는
에어컨보다는 온풍기가 더 중요하겠지
그리고 하차벨을 보니 생각나는데
최근 서울시내 버스의 하차벨이
어린이 주먹만하게 커지고 대신
영어로 PUSH 라고 쓰여있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이걸두고 외국어를 모르는 계층에 대한 차별이다, 라는 얘길 본 적이 있다
여행할 때마다 느끼지만
이런 공공디자인에서의 표기 문제에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에게 모든 정보를 동등하게 보여주자니 시인성이 나빠지고
많은 이에게 직관적인 정보를 보여줄 수 있게 하자니
누군가는 접근, 사용에 한계를 느낀다
'내리는 분은 이 버튼을 눌러주세요'
라고 쓰여있고 누르면 '내립니다'
라고 불이 들어오는데
물론 이러면 내국인, 외국어에 서툰 노년층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외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버스에서 내릴 때 빨간 버튼을 누른다는 상식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럼 하차벨마다 4개국어로 저런 메시지를 모두 담을 수 있느냐?
우리는 모든 사물에 전제, 암시, 함축을 배제하고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왓카나이에서 7-8명 정도가 탑승한 버스는
정류장의 절반 정도는 그대로 통과하며 빠르게 달렸다
매표소와 대합실도 있는 곳인데 사람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해안가 도로로 나가기 전 시가지 비슷한 곳을 지나는 내내
이상할 정도로 인적이 없고 쓸쓸한 기분이었다
이렇게 시가지를 지나면 북쪽 해안선을 따라 달린다
왓카나이에서 버스를 탈 때 되도록 왼쪽에 앉으면 경치가 좋을 것 같다
소야 미사키로부터 남쪽에 위치한
소야 구릉은 바람이 유독 많아
풍력발전기가 많이 설치되어 있고
이게 또 좋은 뷰포인트라고도 한다
왕복 승차권 뒷면에는
왓카나이-삿포로 버스와
에사시(왓카나이 남동쪽의 군,
홋카이도 남동쪽 에사시초 와는 다름)-아사히카와 행
버스 요금이 나와있다
몰랐는데 깨알같이 USB 충전포트가 있었다
아니 이런 배려는...(눈물)
도착
버스로 대략 50분이 조금 안 걸렸다
왓카나이 역 앞보다 사람이 확실히 많아보였다
아무래도 여기 오려면 관광버스든 자차든 바이크든
기차로 올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여행기에서 봐왔던 것보단
못보던 가게도 많이 보이고
사람도 제법 많았다
확실히 춥지 않은 계절이라
소야 미사키 주변의 비석이나 동상 앞에는
이와 동일한 양식으로 설명문이 쓰여있었다
무려 6개 언어!
이거 하나 보겠다고 그 고생을 하고
피로에 찌든 몸을 채찍질해가며
온 것이다
전에 봤던 여행기에서
바람이 워낙 불어
최북단 표지석 뒤편은 구경 못했다고 하던게 생각나
뒷편으로 와봤는데 뭐 다른게 있진 않았다
이런 새 한 마리가 있을 뿐
날씨가 쾌청한 건 아니었지만
또 마냥 흐린 것도 아니어서
어렴풋이 사할린 섬 끄트머리가 보였다
이거면 됐지 무어
소야 미사키 주변 지도가 그려져 있었는데
이놈의 아시아 지리는
나라마다 명칭이 제각각이라
어떤 이름으로 써야 맞는 건지 알수가 없다
아 물론 그래야겠죠
그걸 별로 안 바라는 것 같은 사람이 있어서 문제지
큰 이변이 없다면(...)
여기가 일본 최북단 화장실일 것이다
약간 낡고 냄새가 났지만
관리는 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관광버스를 타고 온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기념품을 사가는 곳이다
뭘 사고 싶은 생각은 애초에 없어서 들어가지 않았다
아직 밥 먹기엔 이른 시간이라
식당도 패스했고
여기부터 소야 구릉 산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전체 코스 11km를 완주 시 4시간 정도가 걸리나보다
이 앞에는 전망대이자 구릉 가이드 투어,
자전거 대여 등을 하는 휴게소 같은 곳도 있다
그 유명한 여우에게 먹이를 주지 말고
나고미(아마 음식물쓰레기 같은?)는 버리지 말고 갖고 가라
는 표지판인데
그 밑에 에키노콕스병을 예방하자는 문구도 달려 있다
에키노콕스는
홋카이도 여우의 70%가 보균증으로 알려져있는 기생충인데
인간이 야생여우를 만지거나, 그 변에 있던 기생충알을
시냇물, 야생의 채소, 또는 야생동물을 섭취한 경우
감염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홋카이도에서 야생 여우를 만나더라도
절대 만지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참고 - 티스토리 블로그]
세계 각국까지의 거리가 나와 있다
동위도의 그레노블까지 10,639km
자매도시 앵커리지까지 4,848km
우호도시 이시가키까지 2,849km
사할린까지 43km (근데 정말 끝까지 가라후토라는 명칭을 못 잃는다)
그 일본군이 쓰던 감시초소와
설명문에도 나와 있지만
2차대전 당시 미군 잠수함 와후 호가
소야 해협에서 침몰해 80여 명이 전사했는데
굳이굳이 그 와후 호가 여기까지 오는 길에
많은 상선을 공격, 많은 일본인이 희생되었다는 말을 달고 있다
여기는 일본군의 소야해협 전몰자 추모비였고
아무튼 이런 평화, 전쟁, 희생 뭐 이런걸 주제로한 비석이 많이 있다
그리고 라멘집도 있는데
맛은 어떨지 모르겠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마치 마라도 짜장면집같기도 하다
리뷰를 보니 호다테(가리비)라멘이 인기있는 메뉴인것 같다
나름 평도 나쁘지 않은듯?
정말 곳곳에 비석과, 탑과, 종과,
꽃밭과, 등대와, 동상이 세워져있다
그나저나 탑? 하면 또 유명한 곳이 있다
한국 사람이라면 소야미사키에 들러
여기를 대부분 가는 것 같다
바로 대한항공 007 편 격추 사건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기도하는 탑(祈りの塔)이다
총 269명(승객 240명, 승무원 29명)이 타고 있던
KAL-007 편은 소련의 전투기에 의해 격추되어
탑승자 모두가 운명을 달리하였다
요근래 다녀간 사람이 있는 것인지
꽃 한 송이와 간단한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이런 곳에 중학교가 있었다니
기분 탓인지
왓카나이보다도 더 서늘한 곳이었다
그나저나 잔디밭에
여우 배설물같은게 막 널려있으니
아까 기생충 문제도 있고
꼭 조심해야 한다
아무래도 도로가 잘 뚫려있다보니
오토바이나 자전거로 먼길을 달려 온 사람들도 제법 보였다
아까 최북단 표지석 앞에서도 카고시마(...)였나 오사카였나
한참 남쪽에서 자전거인지 오토바이인지 타고 온 사람이
인증샷을 찍고 있더라
기도하는 탑에서 설정샷 찍고 시간 좀 보내다보니
버스 올 시간이 돼서 서둘러 내려왔다
다시 왓카나이로 돌아갈 버스는
정시에 도착했다
오는 길에 찍은 어느 바위섬을 찍었는데
여기가 일본의 최북단 영토이다
벤텐섬이라는 곳인데
뭐 별거 없고 그냥 일본 최북단 바위섬이라고 한다
소야 미사키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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