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삿포로에서 왓카나이까지 (특급 라일락, 사로베츠)
저녁 먹을 시간이 애매해서
(직전에 느긋하게 파르페와 커피를 퍼마신건 기억 못하고)
도시락을 사가려고 했더니
삿포로역의 에키벤이 싹 동나서
하나 남은 거 간신히 사들고 나왔다;
6시 30분 라일락 35호를 탈 예정이다
삿포로에서 왓카나이까지 가려면 저걸 무조건 타야한다
직통 특급열차인 소야는 하루 한 대 밖에 다니지 않기 때문에
아사히카와까지 가서 다른 특급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아 근데 캐리어 갖고 가야지
북쪽 출구 쪽이 확실히 코인로커가 많은 것 같더라
퇴근 시간대랑 겹쳐서 사람이 참 많았다
게다가 라일락이 출발하는 플랫폼이
하필 홋카이도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삿포로~이와미자와 구간 보통열차가 맞은 편이었다
삿포로 역 구내에 이것저것 먹을게 많았는데
에키벤 하나 없었다고 거기서 사고가 정지해
마실 거리만 겨우 사서 들고 탄게 좀 후회되긴 했다
자정 직전에 왓카나이 도착하면
문 연 가게는 커녕 편의점도 없을 상황이라
정말 먹을게 없었는데...
사람이 그렇게 많았는데
라일락 그린샤엔 사람도 없더라
특급 라일락 및 삿포로~아사히카와 구간을 운행하는 특급동차 총 6편성에는
각각 홋카이도,
특히 삿포로~아사히카와와
도호쿠(도북) 지방 - 왓카나이, 카미카와, 아바시리, 소라치를
상징하는 랩핑이 되어 있다
[출처 - JR 홋카이도 홈페이지]
내가 탄 열차의 선두부에는
오호츠크를 상징하는 클리오네...라는
껍질없는 조개가 랩핑되어 있었다
북극의 천사라는 이명이 있고, 일본에서는 행운의 동물로 알려져있다
고 위키피디아에 적혀있다
라일락은 삿포로 시를 상징하는 꽃이라고 한다
아직 날이 더워서인지
무수한 벌레들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이런걸 대체 왜 찍은거야
1량도 아니고 1량의 절반을 이렇게 잘라
그린석으로 구성해놨다
앞서 특급열차를 몇 번 타면서 익숙해질 법도 한데
참 희한한 구성이다
이 열차도 종점 아사히카와까지 나 혼자 그린샤에 앉아 갔다
기분탓인지 모르겠는데
슈퍼호쿠토보다 미묘하게 선반이 작은 것 같다
뭐 떨어지거나 하지도 않았고 실제로 문제없었지만
저렇게 튀어나와 있으니 참 불안해보였다
삿포로 발 열차인데
여기도 아사히카와 차량소 도장이 찍혔다
열차가 출발하고
이제 도시락을 까먹어보기로 한다
키타노에키벤야상
북해도뿐만 아니라 일본의 큰 역 어디서든
접할 수 있는 에키벤같다
대충 구성은 북해도답게
해산물과 밥 위주이다
그냥 기념삼아 먹어볼 만하다만
아무래도 앞서 최상급 해산물들을
많이 먹어서 그런것일까
다들 맛이 좀 그저 그랬다
순서대로
가리비, 청어, 연어
つぶ貝(바다고둥), 연어알, 오징어
츠케모노, 게살, 성게알
이니까 얼추 홋카이도에서 유명한 해산물은 다 들어있는
일종의 베스트 샘플러같은 도시락이었다
이와미자와 도착
여기까진 사람이 제법 있는 구간이지만
앞으로는 핸드폰도 잘 안 터지는
홋카이도의 들판을 달리게 된다
낯선 디자인의 동차가 있어서 봤더니
히다카 본선 동차가 신유바리-치토세 구간 알바를 뛰고 있었다
히다카 본선은 북태평양 해안을 달리는
경치가 꽤 멋진 노선인데
가뜩이나 승객수도 적은데다
2015년 열대 저기압의 영향으로 선로가 박살나
구간의 절반 이상을 대행 버스로 운영중이고
선로 복구와 정비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기에
계속 폐선과 대행운송 얘기가 나오고 있는 곳이다
후카가와를 지나는 중
가끔 승무원만 돌아다니고
사람 구경을 하기가 힘들다
화장실에 가려고 보통칸에도 가봤지만
객차마다 3-4명 정도만 앉아 있었다
그린샤 좌석 앞뒤간격이 꽤 넓어서
캐리어를 넣고도 다리가 들어간다
아사히카와에 거의 도착했다는 방송을 듣고
내릴 준비를 한다
여기서 오늘의 여행이 끝난다면 참 좋겠지만
이것보다 더 길고 괴로운 여정이 하나 남아있다
20:06 출발하는 사로베츠 3호를 타고
3시간 30분여를 더 고통받아야 한다(...)
오른편에 내가 타고온 라일락 35호는
오늘 운행을 마치고 회송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열차가 아사히카와에서
왓카나이까지 가는 오늘의 마지막 열차이다
사로베츠 라는 이름은
일본 최북단의 습지이자 최북단 국립공원인
사로베츠 습지에서 따온 이름이다
리시리 섬, 레분 섬 등과 한데 묶어
자전거 라이딩,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내일 다시 아사히카와로 돌아오지만
역명판은 남겨두었다
연결 통로 디자인을 보면
1. 최근에 원목 스타일로 깔끔하게 리뉴얼한 역내 인테리어와
2.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까지
칸막이로 해둬야 할 정도로 가혹한 겨울 날씨를 짐작할 수 있다
특급열차가 출발하는 플랫폼 옆에는
열차의 정보(지정석, 자유석)와
연결통로, 정차역 등의 정보가 나와있다
일반적으로 그린샤는 Green Car 라고만 하지
First Class 라고 하진 않는데 좀 특이하다
아사히카와 하면 역시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제일 유명하다지만
저기는 안 갈 예정이다
생각해보니 마실 거리가 다 떨어졌는데
JR 홋카이도의 모든 열차에는 차내판매, 자판기가 없으므로
부리나케 자판기까지 뛰어가 물을 사가지고 왔다
출발
잠깐 바깥 공기를 쐰 것일뿐인데
벌써부터 북쪽 땅의 싸늘한 기온이 느껴졌다
사로베츠 3호의 그린석도
앞서 탔던 라일락 35호와 마찬가지로
1호차 절반을 뚝 잘라 만든 것이었다
승객이 나 혼자뿐인 것도 마찬가지였다
독서등이 꽤 밝았다
이 사진을 찍고
렌즈 필터가 좀 이상하다는 걸 알게 됐다
(...)
아사히카와 다음 역인 나가야마
캐리어가 무겁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해서
그냥 옆 자리에 두고 가기로 했다
어차피 더 탈 사람도 없고...
시베츠를 지나는 중
양의 마을이라는군요
나요로
여기서 사람이 몇 명 내렸다
나중에 2,3호차도 둘러봤는데
열차 전체 통틀어 10명은 탔을까 싶었다
호로노베 통과
마스코트가 귀엽다
호롯피-
토요토미
우리가 아는 그 임진왜란의 장본인과는
관계없는 동네라고 한다(한자부터 다르다)
그리고 토요토미 관련 정보를 찾다보니
토요토미가 속한 테시오라는 동네의 관광 페이지를 발견했는데
무려 2016년에 제작된 한글판 페이지이고
이런 홍보 만화도 전부 한글이 달려있었다
일본에서도 자가용 아니면 접근하기 힘든 이런 시골 마을도
한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뭐 많이 틀린 것 같지만...
미나미왓카나이 통과
실제 왓카나이 시가지는 이쪽인 것 같다
드디어 왓카나이 도착
아침 6시 58분에 시작한 기차여행의 종착역이다
열차에서 내린 사람은 나 포함 서너 명이었다
숙소 체크인이 자정까지여서
엄청 서둘러 나왔는데
그래서 지정석 티켓까지 열차에 버려두고 와버렸다 ㅠㅠ
끄아-!
호텔 오카베 시오사이테이
왓카나이역 근처에 숙소가 몇 개 없어서
쟈란넷이든 라쿠텐트레블이든 아고다든
뜨는 숙소가 다 뻔했고 가격도 뻔했다
근데 서필 호텔(구 ANA 크라운)이나 도미인 프리미엄은
1박에 13만원 이상 받는 비싼 곳이고
나머지 숙소는
1. 호스텔(=공동욕실, 공동화장실)
2. 아침밥 없음
3. 역에서 멀리 떨어져있음
4. 체크인 일찍 끝남
이런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근데 사람이 한 명도 없을줄은 몰랐다
벨도 눌러보고 스미마셍 했는데 아무도 안나와서
좀 당황했는데
알고보니 벨을 잘 눌러야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프런트 직원분이 나와서 친절하게 몇번방인지
아침 식사는 언제 먹을건지, 1층 대욕탕은 어떻게 쓸 수 있는지
(12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좀 아쉬웠다만)
이런저런 사항을 자세히 알려주셨는데
정말정말 너무너무 피곤해서
일본어도 못하는 주제에
저기 죄송한데 그건 알고 있다고 말을 끊어버렸다;
음 근데 분명 싱글룸으로 예약했는데
으으으으음
시설이야 무난한 비즈니스 호텔 수준이었다
대욕탕 출입할 때 입을 유카타도 있었고
한 잔 하고 자려고 삿포로에서 사들고 온 술을 깠다
오토코야마의 니혼햄 파이터즈 콜라보 스파클링 사케
삿포로 클래식
항상 맛이 궁금했던 아바시리 주조 유빙 드래프트 맥주
(맥주가 아닌 발포주라고 하지만)
맛은...
왜 맛없다고 사람들이 입모아 얘기했는지 알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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