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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과 일몰(...)이 오기전에 서둘러 내려왔다

아카렌가까지 가는 버스가 5시 35분에 온다고 했는데

몇 분이 지나도 안와서 그냥 거리도 가깝고

내리막길이니까 가자 하고 내려가는데

한 블럭도 못 가서 내가 기다리던 그 버스가 지나가고 있었다

^^ㅣ

몸에 피로가 누적되면 

확실히 판단력이나 인내심같은게 많이 떨어지는갑다 휴

뭐 다행히 가까운 곳이라 그렇게 나쁜건 아니다만

일요일 저녁인데 되게 거리가 황량한 느낌이었다

뭐 하코다테가 매일 북적이는 곳은 아니지만

나름 홋카이도에서 큰 편인 도시인데

인적이 드문 길의 건널목에는

이렇게 버튼으로 작동하는 신호등이 있으므로

꼭 확인을 해야한다

저 교통관제탑같은게 예전에는

경찰들의 수신호로 움직이던 흔적일까?

여기까지 오니 또 일몰을 보고 오는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간사한 생각도 고개를 들었다

가네모리 아카렌가

여기도 오타루의 벽돌창고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19세기 중후반~20세기 초중반

왕성했던 교역을 상징하는 건물들이다

여기서 잠깐 허리를 숙였다가

통증이 너무 심해서 그렇게 오래 있지는 못하겠구나 생각했다

운동도 열심히 했는데...

근데 뭐 재미있는 거 있나 보려고 해도

전부 좀 흔해빠진 기념품 상점들만 있었다

구글 맵의 누구 리뷰처럼

'삿포로에서도 하카타에서도 볼 수 있는 물건들'이 대부분이어서

굳이 여기서 비싼 돈 내고 무겁게 짊어지고 갈 필요가 있나? 싶었다

여기에도 럭키삐에로가 있었는데

아직 저녁 생각은 없었고

바로 옆 건물 스타벅스 가서 잠깐 쉬기로 했다

한국서 왔다고 하니 일하시는 분이 이런걸 적어주더라

고맙습니다...

원래 기간한정 애플젤리 프라푸치노? 그거 먹으려고 했는데

솔드아웃이라 그냥 딸기 뭐시기 프라푸치노 먹었다

가격이야 한국이랑 비슷하거나 약간 더 비싼 것 같은데

괜히 일본 프라푸치노가 좀 더 맛있는 기분이더라

이건 에너지 드링크... 라는 것이고

이건 과라나 탄산음료

일본은 과라나 음료 열풍이라도 불었는지

오만곳에 과라나 성분이 들어가 있었다 코카콜라 에너지도 최초 출시돼 있었고...

실제로 매장에서도 음료에 과라나 캔 하나 추가해서 먹는 사람도 좀 있었다

어느덧 해가 지기 시작해 제법 풍경이 예뻐졌다

물론 제대로 된 일몰을 보려면 좀 더 있어야겠지만

뭐 이런 저녁 풍경도 나쁘지 않았다

하코다테 한정판 사이다, 그것도 유리병에 들었다고 해서

200엔이나 하는 걸 덜컥 샀는데

토요코인 로비에서도 팔고 있더라 -_- (210엔이긴 했지만)

맛은 달지 않고 탄산도 약했다

우리가 너무 칠성사이다에 길들여져 있는건가 생각도 들고

그냥 기념으로 한 병 사먹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였다

낮에 맡겨둔 캐리어를 찾아 숙소로 올라갔다

언제봐도 친숙한 모습

방 구하기가 좀 어려웠는데 

희한하게 이 날 하코다테의 숙박비가

여행 기간 통틀어 가장 쌌다

일요일이라 그랬나?

잠깐 쉬다 저녁은 먹어야겠어서

겨우겨우 나왔다

저녁 몇시 되지도 않았는데 워낙 아사이치 쪽이 일찍 문닫는 곳이라

아주 어두컴컴하다

대충 두 블럭 정도 걸어온 곳에 있는 럭키삐에로 에키마에점

여기 아니면 저녁에 밥 먹을만한 곳이 딱히 없어서일까

사람이 제법 많았다

라멘집도 잘 없고 나머지는 술집 아니면 편의점이니까...

당점의 쌀은 홋카이도산 하코다테가 기른 훗쿠린코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홋카이도가 좋은게 약간 자기 땅에서 난 식재료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서인지

저런 문구를 많이 쓰고 있더라

실제로 저것'만' 쓰고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겠지만

갈수록 일본식당에서 후쿠시마산 쌀이라든가, 

다른 식자재를 쓴다는 얘기를 볼때마다

이런 것들을 신경쓰지 않기 힘들다

흔히들 햄버거가게로 인식하고 하코다테 관광온 사람 대부분 햄버거를 먹지만

음료, 아이스크림, 카레 등 오만것을 팔고 있었다

한 20분 정도 기다려 주문할 수 있었다

주문할 땐 워낙 경황이 없어 몰랐는데

카레라이스, 가츠동, 아이스크림, 쉐이크 등

패스트푸드라 할만한 대부분의 메뉴를 팔고 있었다

자리는 한 25-30석 정도 됐던 것 같은데

빈 자리는 반 정도 됐다

먼저 음료를 받고 자리에 앉았다

플라스틱 컵의 겉 표지가 닳아없어진 걸 보니

가게의 역사도 제법 됐지 싶었다

그야말로 고색창연한 패스트푸드 레스토랑같은 분위기였다

(나야 잘 모르는) 유명인의 사인도 있고

걸려있는 사진이나 신문기사를 보니

하코다테에서 무슨 행사를 할 때 자주 참여하는 가게같았다

저런 의자와 탁자의 모서리같은 데서도

묘한 세월의 숨결을 가늠할 수 있었다

약간 시간이 걸렸지만 메뉴는 종업원 분이 직접 가져다 주셨다

내가 주문한 건 단토츠남바완세트(압도적 넘버원 세트?)와 럭키에그버거였다

세트를 시키면 저렇게 치즈토핑이 올라간 프렌치프라이가 머그컵에 담겨 나온다

럭키에그버거

후기를 보니 이게 한국인 입맛에는 무난하고 괜찮대서 단품으로 시켰다

일단 햄버거 번에 참깨가 와장창 박힌게 인상적이었다

참깨야 말로 감칠맛의 부스터같은 것이다

버거 패티, 계란후라이, 햄버거 소스들은

그 맛이 참 흔하고, 저렴하고, 낯익은 것들이었지만

그만큼 누구나 부담없이 먹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이런 건 하루 세끼 모두 먹어도 괜찮다

양도 꽤 푸짐하고... 단품 390엔인데 먹을만했다

이건 차이니즈치킨버거

양념 간이 너무 쎄고 특유의 향이 강해

호불호가 갈린다는 얘기도 봤는데

일단 이게 인기 넘버원이라 하니 먹어봤다

...그 뭐냐 간장&두반장으로 만든 특제 소스에 볶은 가라아게 버거같은 맛이었다

앞서 먹은 럭키에그버거가 워낙 부드럽고 맛이 좋아서

이건 좀 간이 과하게 쎄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물도 좀 적은것 같고...

(사실 이래서 햄버거를 하나 더 시킨 거지만)

뭐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그냥 쏘쏘?

이렇게 맛있게 배를 채우니 좀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그냥 숙소로 들어가기 뭣해서 

다이몬 쪽과 마쓰카제초 쪽으로 좀 걸었다

즐겨찾던 홋카이도 여행 블로그 주인이

하코다테만 오면 찾던 다이몬 요코초

인데 정말 술집만 있는 곳이이었다

좌석이 없는건 아니었는데 뭔가 느긋하게 혼술할 분위기의 가게들은 아니었다

뭐 라멘집에서 맥주 한 잔 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싶기도 했고

그래도 두엇이 여행을 왔다면 저녁 간단히 먹고 2차로 가기엔 나쁘지 않은 곳 같았다

일단 여기 빼면 정말 뭐 아무것도 없다

그냥 들어가긴 뭐해서 편의점 가서 또 뭣 좀 사고

분명 9시 좀 넘은 시각이었는데

노출을 이마이 올리지 않으면 안될정도로 거리가 어두웠다

뭐 이러면 밤하늘은 잘 볼 수 있으려나?

내일도 오늘 못지않게 일찍 일어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