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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의 ICN-NRT 진에어의 기내식은 매우 단촐했다

뭐 다른 LCC는 이마저도 안준다만...

머핀, 주먹밥, 바나나는 종이컵에 담긴 물 한잔으로 넘기기엔 많이 뻑뻑했다

오가는 비행기에서 읽으려고 가져온 책, 서른의 반격

큰 기대없이 골랐는데 재미있었다

오까에리나사이-

나리타 공항에 착륙한 건 9시 55분이었지만 실제 내릴 수 있게 된 건 착륙지점에서 15분 정도를 더 달린 뒤였다.

3월 오사카에 갔을 때 입국 심사장에서 얼굴 사진과 지문 채취 기기를 도입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나리타에서는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사람 친절해 뵈는 어르신들이(할아버지들이 이 신원확인 업무를 하던건 간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손가락을 대라, 카메라를 봐라 하는 지시를 하고 있었고, 창구의 직원들은 거의 도장만 찍고 바로 패스하는 식이었다.

화물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만 세관 측에서 꽤 빡빡하게 검색을 했다.

최근 터진 밀수 사건의 여파인지 몸을 직접 만져가며 수상한 물품은 없는지 확인하는 눈치였다.

예매했던 케이세이 스카이라이너 탑승 장소를 진즉 파악하고 갔지만 막상 도착하니 어디로 가야할 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가보니 케이세이 창구가 있어서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

가장 빠른 차라고 덜컥 끊어줬는데 바로 5분 뒤 출발하는 열차였다. 부리나케 뛰어가서 열차에 오르자 이내 문이 닫혔다.

스카이라이너 내부는 한산했다. 수요일이라는 애매한 요일에 오전이었으니까...

(우에노로 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일수도 있겠다)건너편 좌석에는 중년의 프랑스 남성 둘이 앉았다.

우에노에 도착할 때까지 노트북을 펼치고 끊임없이 저들끼리 대화하고, 맞은 편에 앉은 멀끔한 중년의 일본남성과도 대화를 하였다.

열차는 멈추지 않고 달려 40여 분만에 나를 우에노역에 내려주었다.

서브웨이 티켓은 그냥 카드 넣는 곳에 넣는 순간부터 개통이 되는 구조였다.

16일 오전 11시 36분까지니까 시간은 충분했다. 알고 보니 도쿄 메트로 운임은 제법 비싼 편이었다.

이후 여행에서 지하철을 탔던 횟수를 생각하면 손해는 결코 아니었다. 여차하면 지하철 타고 아무데나 갈 수 있었으니까.

이나리초 역은 우에노에서 딱 한 정거장, 2분도 걸리지 않았고,

숙소는 그 이나리초 역에서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호텔 마이스테이스 우에노 이나리초

아파트먼트를 개조한 듯한 좁고 긴 고층 건물의 1층에 로비가 있었다.

두 명의 직원 중 남자 직원은 영어가 가능했으나 결국 중요한 설명은 모두 일본어로 했다.

어영부영 산지(에 돌아오겠다)라고 말한 뒤 캐리어를 맡기고 다시 나왔다.

여행을 떠나기 전 집에서 출발하여 숙소까지 가는 길까지는 아주 세심하게 정리했다.

어디로 가서 무얼 하고, 먹고, 살 지도 얼추 찾아보았다.

다만 서순이 문제였다. 차마 그 것까지 챙기기엔 회사 일이 너무 바빴다.

그래서 첫 날 오후를 좀 애매하게 보내며 시간을 날렸지 싶다.

높디 높은 건물로 둘러싸인 거리는 인마로 북적였다. 하지만 그럭저럭 돌아다닐 수는 있을 정도의 혼잡함이었다.

신세계 본점을 연상시키는 오래된 석조 건물은 다카시마야 백화점 건물이었다.

해를 바라보며 남쪽으로 죽 걷다보니 JR도쿄역 앞 대로가 나왔고,

12시를 전후하여 값싼 식당들과 편의점은 직장인들로 미어터지기 시작했다.


그래, 생각해보니 일본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구내 식당을 운영하진 않을 것 같았다.

(구체적 근거는 없지만)

밥도 먹고 근처 구경도 할까 해서 나온 것이었는데 막상 허기지고 쉽게 지치는 느낌이 들자

그냥 눈앞의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먹자는 식으로 나 자신과 타협을 하였다.

아무 가게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쫄보여서 너무 무서운 것이었다.

딱 봐도 영어 메뉴도 있고 외국인도 주문 가능한 집이었는데...

그저 점심시간이라 붐비는데 내 더듬거리는 말로는

제대로 주문을 못할까 쓸데없는 걱정을 한 것이었다.

두 블럭 쯤을 더 가서 정말 말도 안되는 간판의 밥집에서 따뜻한 모밀과 햄버그 덮밥을 먹게 되었다.

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테이블과 긴 스툴, 드럼통으로 세운 둥근 탁자 등이 늘어선 밥집이 일본에서의 첫끼였다.

580엔에 퀄리티야 말해 무엇하겠냐만 어쨌든 따뜻한 것으로 배를 채우니 조금 기운이 났다.

기름진 입 안을 편의점에서 산 녹차로 헹군 뒤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찾아보니 리락쿠마 스토어가 도쿄역 지하 아케이드(구체적으로 캐릭터상품만 파는 구역)에 있다고 하여 그쪽으로 향했다.

리락쿠마 스토어 입구엔 공통으로 서 있는 리락쿠마와 키이로이토리의 캐릭터 상을 다시 보게 되니 참 반가웠다.

가게는 작은 편이었지만 오사카에서 봤던 샵보다는 컸다. 바로 인형을 살까 했지만 돈이 모자랄까봐 섣불리 손을 대지 못하고 한참을 망설이다

3색 볼펜(오사카에서 샀던 것보다는 싼)과 산타 리락쿠마 인형을 샀다. 크리스마스 쇼핑백도 참 마음에 들었다.

당시 라스트 제다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어딜가든 스타워즈 투성이였다

대략 3시가 돼서 숙소 체크인을 하고 일단 짐을 던져둘 수 있었다.

아까 왔을 땐 없었던 여자 스태프가 있었는데 이름을 보니까 한국인이었다.

909호... 라는 매우 불길한 방을 주었다.

별다른 차이는 없고 그냥 이전 방 정리가 안돼서 그렇다고 설명해주었다.

알고보니 제일 윗 층의 제일 구석 방이었다.

숙소는 정말 딱 1인 여행자를 위한 최적의 공간이었다.

전반적으로 많이 좁았지만 있을 건 다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다만 창문은 윈도 섀시여서 여름엔 창문을 열기 힘들 것 같았다.

(이걸 열면 맞은 편 아파트 베란다에서 그대로 볼 수 있다)

화장실도 그냥 저렴한 비즈니스 호텔에서 기대할 법한 딱 그 수준이었다

아무튼 시간이 많이 지체됐으니 얼른 다음 행선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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