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출국

2018. 4. 2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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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을 예매한 7월 당시 나는 상당히 지쳐있었다. 


그 무렵 제주 티웨이 이스타 등등 lcc 에서 얼리버드 특가 티켓을 풀었었는데 
자꾸 그럴싸한 날의 그럴싸한 시간대 티켓은 일찌감치 동이 나 마냥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3월 오사카 여행 이후로 혼자 적당히 걷고 구경하고 먹고 즐기는 여행에 재미를 붙였고

(그 무더운 여름에 휴가로 야구장 투어를 간 것도 그 때문이었다. 참으로 미친 짓이었다.)

틈나는 대로 도쿄나 다른 일본 도시 항공권을 알아보고 있던 터라
-이미 5월과 6월에 40만원에 달하는 도쿄 왕복을 끊었다가 
적지 않은 수수료를 물고 취소한 적이 있었다-이번에도 일본쪽 항공권을 주로 찾아보았다.

동남아는 야외 액티비티 싫어하는 내 특성상 싫고 
중국은 지불한 비용 대비 기대 효능에 대한 의구심이 들어 망설여졌고 
대만? 여긴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싶었다. 
어쨌든 활동이 정적이고(후지산에서 스키라도 타지 않는 이상) 
걷고 앉고 눕는 것 외의 다른 운동이 필요치 않은 일본이 제일감이었다.

그냥 티켓이 나오는 평일 아무때나 걸리면 예매하기로 하였다. 
연말연시, 설연휴, 크리스마스는 당연히 언감생심이고 
의미없는 아무 평일로 찾은 결과가 바로 1213-1216 이었다.


진마켓을 통해 13만5천원짜리 수0735-토1100 티켓을 구했는데 
사실 별로 싼 값은 아니지만(10만원 안쪽이었으면 정말 좋았을 것이다)
뭐 더이상 연차사용을 미룰 수도 없었던지라 
‘그래 뭐 이 정도 가격이면...’ 이라 생각하며 결제를 했다.


8월 월급부터 돈이 생길 때마다 10여만원씩 매월 써니뱅크 환전기능을 통해 모은 결과, 
64,000엔 정도를 들고 길을 나설 수 있었다. 이제사 드는 생각이지만 
이럴거면 돈을 따로 모았다가 환율이 좋은 타이밍에 한꺼번에 환전했다면 
낫지 않았을까 싶다. 뭐 앞으로 그럴 돈이 생기기는 할까 잘 모르겠지만......


때마침 여행 일정 내에 코리락쿠마 카페가 열린다는 얘길 듣고 일본어 사이트에서 겨우 예약도 했다.

나리타행 진에어 0735 의 문제는 간단하다.
체크인을 0520에 시작하는데 05시는 커녕 06시까지 도달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공항 내 사우나도 공사중이었고 공항 캡슐 호텔은 이미 예약으로 꽉 차 있었다.
다급히 찾은 결과 서울역에서 0320에 출발하는 리무진버스가 있다기에
0230에 택시를 타고 서울역까지 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공항까지 가기는 했지만...
와이파이에그는 무겁고 충전해야 하지만 생각보다 배터리가 오래 가고
어차피 보조배터리로 충전하면 된다고 보아 이번에도 쓰기로 했다.
무슨 작은 면세점 담배할인쿠폰(2보루 사면 1만원 할인) 주길래 그 것도 잘 써먹었다.

택시를 타고 0340에 출발했는데 도로가 너무 텅텅비어서 0435에 도착해버렸다. 
조금 당황했지만 공항에 워낙 사람이 많고 도착해서 커피도 한 잔 하고 
짐 정리도 하다보니 금새 체크인 시간이 되었다.

체크인은 꽤 많은 카운터에서 했는데(D열과 E열 합쳐서 카운터 20개 정도 됐으니까) 
이상하게 사람들이 한쪽에만 몰려있기에 아무도 없는 반대편에 가장 먼저 들어갔다. 
이내 직원들이 내가 서 있는 카운터에 하나둘 앉기 시작했고 
1등으로 체크인을 마치고 유유히 출국심사대로 향했다.
물론 수요일 새벽 5시 반에 저렇게 많은 사람이 출국하는 줄은 꿈에도 몰랐지...

회사에서 큰 일 하나 끝내고 가는터라 마음은 정말 가벼웠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