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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동선은 실로 끔찍하다

흑우가 요기있었네

오늘은 오사카를 대충 야매로 둘러볼 것이다

일단 츄오선 메트로를 타고 모리노미야 역으로

오사카 성에 왔다

그동안의 날씨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맑은 날씨

17년에 왔을 떄와도 확연히 차이 난다

오사카를 비롯한 칸사이 지방이 한국인에게 참 좋은 여행지이긴 하지만

(항공편 많고 숙소 많고 먹거리 많고 한국인 대상 서비스 잘 돼있고)

기본적으로 많이 걸어야 하기 때문에 장거리를 움직이는게 힘든 분들에게는

좀 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힘들어서 이러는게 아니라

뭐 아무튼

다시 추오선을 타고 가려는데 대뜸 킨테츠 차량이 들어와 있다

한신 전철로 갈아타는 뻘짓도 하고

교세라 돔... 에 왔는데

오늘은 이동일이어서 경기가 없다

안되는 집의 여행이란 이런 것이다

해장도 할겸 뭔가 국물 찐한걸 찾다가

근처에 괜찮은 곳이 있대서 다시 전철을 탔다

나가호리츠루미료쿠치 선 종점인 다이쇼 역

갔는데 실내가 만석이라 돌아서는데

사장님이 나오셔서는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메뉴판을 주고 갔다

아니 메뉴에 한글은 커녕 영어조차 없는 걸 보고

'이건 진짜다...' 라는 생각을 했다

어디서 본 교훈처럼 메뉴판 왼쪽 상단 메뉴를 골랐다

정말 관광객이 전혀 올 곳이 아닌 그냥 동네이다

이 동네에는 오키나와 출신 사람들이 많이 이주해 와서 오키나와 요리가 많다

는 사실을 나중에 구글에서 알게 됐다


라멘을 많이 먹어본 건 아니지만 첫 국물을 한 숫가락 넘기는 순간


진짜의 기운이 바로 느껴졌다

정말 濃厚 라고 써 있는 말에 걸맞은 국물 깊이였다

전날 사케를 그렇게 들이부었는데 해장 직빵이었다

... 찍어보니 망했나보다

타베로그 점수는 3.5+ 였는데 구글 리뷰는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기분좋게 밥 먹고 텐노지로 서둘러 가기 위해 JR역에 들어오자마자

라멘집에 짐을 놔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역무원에게 어찌저찌 설명해 나갔다 왔는데 들어오면서

티켓을 새로 끊어야 한다는 얘기를 듣지 못해서

텐노지에 도착했을 땐 표 없이 그냥 승차한 상황이 되었다

살짝 당황했는데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일행이 대충 상황을 설명해서

타이쇼-텐노지만큼의 운임만 내고 나올 수 있었다

여행와서 이렇게 당황했던 적은 처음인 듯

일본에 오면 꼭 백화점 식품관에 들른다

사실 무슨 물건이 좋고 나쁜지를 아는 건 아니지만 신기하니까

이런 풀빵도 팔길래 하나 먹어볼까 했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제법 있어서 줄을 서야 했다

개당 90엔이었는데 꽤 맛있고 달지도 않아서 잘 먹었다

마지막 날에 쇼핑을 몰아서 하면 나중에는 꼭 손이 모자라서

숙소에 한번 들러 드랍을 하고 다시 나와야 한다

그래서 이 이후로는 여행하는 틈틈이 장을 보곤 한다

숙소에 짐을 버리고 우메다로

공중정원을 갈 건 아니고 일행이 꼭 가고 싶은데가 있다고 해서 왔다

JR오사카역 뒤쪽으로는 2011년에 오고 처음인듯

스카이빌딩 지하에 있는 타키미코지라는 식당가인데

키지라는 유명한 오코노미야키 집이었다

우리는 가까스로 카운터 좌석에 앉을 수 있었고

도착한 지 10분도 안돼 웨이팅이 생길 정도로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모단야끼, 야끼소바 등이 추천 메뉴로 나와있어 그걸 시켰다

맛있었다!

뭐 오사카 시내에 오코노미야키 집도 많고

여느 한국 맛집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유명한 집

(츠루하시의 오모니, 도톤보리의 치보 같은)도 많다만

키지가 간이 좀 세서 마음에 들었다

대신 그런만큼 맥주보다는 레몬사와같이 짠 맛을 씻어낼 수 있는 음료가 더 궁합에 맞는 것 같다

어쨌든 맛은 좋았다 일행도 대단히 만족한 눈치였다


예의 덕질도 빠뜨리지 않고

잠깐 우메다에서 쇼핑도 하고 이것저것 물건 구경도 하다가

다시 구경할 게 있어서 텐노지쪽으로 돌아가는데

금요일 퇴근 시간 지옥철을 맛보고

오! 츠텐가쿠! 신세카이!

는 시간이 늦어서 파장 분위기였다

그냥 이런데가 있다, 하고 구경만 하고 빨리 움직여야 했다

덴덴타운을 지나

뭐 시간이 늦으니 그냥 다들 집가기 바쁜 분위기라

덴덴타운에서 난바로 가는 길목에 있던 드퀘 콜라보 로손

교무스빠 ~일반고객대환영~

일본답지 않게 저렴한 물건을 많이 파는 곳이다

우리나라 식자재마트(진짜 도매용 마트 말고, 슈퍼마켓같은 형태의)같은 개념

정말 도때기 시장같이 박스 커팅만 해서 진열하고 유통기한 임박상품이나

B급 브랜드 상품이 즐비한 곳이었다

흔히 생각하는 일본 편의점이나 슈퍼와는 또 다른 느낌

이제 이번 여행의 마지막 정찬을 즐기러

고민을 거듭하다 스시집에 들어왔다

간코즈시 난바본점


...근데 막장 이렇게 놓고 보니 이걸 뭐라고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영어 메뉴도 안주더라고...

가까스로 알아본게 쥬도로와 우나기여서 그걸 단품으로 시켜먹어 봤다

저거 1p에 400엔이었는데

정말 눈물날 정도로 맛있었다

...근데 돌이켜보면 한참 걷기도 했고 배도 고파서

아무 회전스시집에 가도 맛있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혹시나 양이 모자랄까 정식도 시켰는데

확실히 퀄이 좋지는 않아서 만족감이 덜 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도톤보리로

근데 인파의 규모가 심상치 않다

날씨좋은 4월의 금요일 밤이니

관광객 뿐만 아니라 오사카 사람들도 다 여기서 놀러 나온 것이었다

오늘의 마지막 목표는 카니도라쿠에서 게다리구이를 먹는 것이었는데

정말 거의 모든 식당과 술집에 웨이팅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너무 늦어버린 자의 최후죠?

아무튼 오사카하면 가장 유명한 이 곳을 여행 가장 마지막에 오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LED로 교체된 글리코

자 이제 돌아갑시다...

하지만 뭔가 미련이 남아 괜히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녀보지만

돈도 다 떨어지고 살 것도 얼추 다 산 지라

그래도 마지막으로 지갑을 쥐어짜서

물건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았던 돈키호테 도톤보리 점에서

마지막 쇼핑을 하고 진짜 숙소로

근처 씨유... 아니 화미마에서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사서 먹고

이거 너무 예토전생 아니냐?...

...실로 엄청난 여행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