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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전부터 가야지 마음먹고 있었던 익산박물관에 가보기로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걱정거리긴 했지만

아직 전국민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진 않는 듯 했다

물론 이 때(2월 초)부터 슬슬 시중에서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긴 했지만...

그래서 마스크를 안 쓴 사람도 제법 있었다

콩나물국밥을 먹었는데

반찬도 재료도 모두 죽어있어 기분도 좀 가라앉았다...

박물관 옆 주차장을 돌아봤지만 자리가 도무지 없어

일단 나왔는데 맞은 편 허허벌판에 차를 댈 수 있는 것 같아 일단 가봤다

무슨 공사장같은 곳이라 좀 이상했지만

상당히 넓어서 여유있게 댈 수 있었다

사실 이런 대중교통 접근이 쉽지 않은 박물관은

자차로 오는 경우가 많기 떄문에

주차장이 좀 더 넓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물관 옆 주차장은 50여대 정도 들어갈 수 있다나?

개장한 지 얼마안됐을 때라 사람이 제법 있었다

바람이 차고 쌀쌀한 날씨였는데

거리에 장터도 서 있고 해서 분위기가 제법 시끌시끌했다

공연하는 분도 계시고...

민속놀이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확실히 오픈한 지 한 달도 안된 곳이라

참 깔끔하고 길도 널찍널찍하게 잘 닦여있었다

이렇다는데 지난번 경주에서 봤던 것에 비하면

뭔가 발굴, 복구되어야 할 것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딱히 건물이라 할 건 석탑 두 개 뿐인데

여기서 어떤 발자취를 느끼거나 상상하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지 참

여기서 VR 3D 영상을 볼 수 있나본데

볼 수 없었다

저 버튼을 아무리 눌러봐도 화면이 안 뜨더라

그냥 허허벌판이라 좀 추웠다; 날 풀린줄 알고 대충 입고 왔는데

보존이 잘 된... 건지 복원을 잘 한 건지 잘 모르겠는 동탑

안으로 들어갈 순 있지만 그냥 탑의 본체뿐이라 볼 거리는 없다

여기가 좀 유명한 석탑

과거 역사 교과서에서는 지저분하게 콘크리트로 덕지덕지 발려있는 모습이었는데

이를 모두 제거하고 불완전한 형태를 완전하게(...) 복원한 것이어서 신기했다

귀퉁이에는 이런 하찮아보이는 불상도...

아직도 복구작업중이어서 저 너른 벌판에

석재들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한켠에 (예전)전시관이 있었는데

박물관이 개장하며 문을 닫은 것 같았다

입구가 두 개인데 계단으로 가든 경사로로 가든 어차피 정문 로비쪽으로 향한다

국립익산박물관

개관 한 달도 안된 아주 새 건물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슬슬 유행하다보니

입구에는 체온측정기와 손 세정지가 비치되어 있었다

미륵사지는 확실히 목탑이 복원되어야 볼만할 것 같은데

이렇게 치면 황룡사지도 마찬가지라 모르겠다

둘다 복원과 유지가 쉽지 않을텐데

상설전시 외 사리장엄이라고

소장중인 불교유물 특별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특별전시장에서 좋았던 건

저런 숨은 관람포인트가 있어서

한 번 더 들여다보게 유도한다는 점이다

하도 이게 저거같고 저 보물이 아까 본 그 것 같고 해서

어느정도 보다보면 아 그래그래 하고 넘어가기 쉬운데

꼭 보물 하나하나에 카메라 줌을 땡기게 된다

(플래쉬만 안 쓰면 촬영가능)

이런 사리도 전시돼있고... 보물의 가치 뿐 아니라

아주 작은 보물 속 섬세함과 미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 뜬금없이 황룡사 구층목탑 유물이?;;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나름 역사적 흐름과 우리가 익히 알만한 인물들과 연관된 보물이

나름의 흐름을 가지고 전시되어 있어 개인적으로 참 재미있었다

별 생각없이 이런게 있구나 하고 들어갔는데

좀 다시 생각하게 됨

그리고 상설전시실로

확실히 백제, 익산과 인근 지역의 유물이 주가 된다

설명문이 한글과 영어 두 가지로 돼 있는 건 아쉽다만

지난 번 태안유물전시관도 그렇고

자세한 설명 없이는 그저 옛날 그릇조각에 불과한 물건도

세심한 배치와 설명이 더해지면

한번 읽어봄직한 역사가 되고 스토리가 되는 것 같다

비주얼적으로도 상당히 신선한 유물도 있고

20세기 사람들에겐 익숙한 탑 모습

이 앞에는 발판이 있어

사리장엄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정말 오밀조밀하고 자세히 안 보면 저게 뭔가 싶은 보물들인데

거기에 다 의미를 부여한 박물관 측의 정성이 대단했다

이게 뭐였지?

정말 손가락 한 마디만한 보물인데

이게 무슨... 뭔 지도? 지도야? 하고 있는데

목을 왼쪽으로 90도 꺾어보니 호남지방 맞다

태안부터 멀리 나주, 강진, 남해에 이르기까지

백제의 유물들이 곳곳에 흩어져있다

이건 얼굴 부분이 손상되어 실제 모습을 알기 힘든 석불의 얼굴 모양을

여러 학자들의 의견에 따라 상상해 그래픽으로 석불 위에 구현한 것이었다

저거 그 괴짜가족 진 같은데 신선한 시도이기도 하고, 

기술의 발전이 역사를 상상하고, 머리 속에서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건물이 커서 그렇지 전시실이나 유물이 많은 편은 분명 아닌데

하나하나 그냥 지나치기 힘들게 알찬 구성이어서 한 시간 이상 관람했다

단점이라면 박물관 내 매점이나 편의점이 따로 없고

주변에도 카페나 쉴만한 장소가 전무하기 때문에

(박물관 홈페이지 들어가보니 매점사업자 입찰공고는 떴더라. 

조만간 뭐 하나 들어오지 않을까?)

아마 식사나 커피 한 잔 하려면 익산시내로 이동해야 할 것이다

(차로 15분 정도 들어가야 함)

방학시즌에는 익산역과 박물관을 왕복하는 셔틀버스도 있나보다

비록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당분간 박물관에 갈 수 없게 됐지만,

(홈페이지 일정표에는 3월 23일(월)까지 휴관으로 찍혀있는데

휴관기간이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익산-군산 여행을 할 때 가보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점점 우리나라 박물관들의 전시 구성이 좋아지는게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