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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적으로 첫 알람에 일어나 5시 15분에 나갈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에어컨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일요일 새벽 5시니까 

사무실이 많은 하마마츠쵸는 인적을 찾기 힘들다

북상 중이던 15호 태풍 파사이의 영향으로 9월 8일 밤부터 

간토 지방의 온갖 열차는 일찌감치 운휴된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태풍은 정말 도쿄와 치바를 직격하여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매우 수상한 곳의 관광 리플릿이...

231계는 또 신선하네

기왕이면 다른 노선 차도 탈까 했지만

아침이라 경황도 없었고 야마노테선만큼 자주 오는게 없다보니...

도쿄를 세 번 왔는데 도쿄역에 내린 건 또 처음이다

근 4시간이 넘는 긴 여정을 위해 에키벤을 사러 간다

여기 백종원의 3대천왕에도 나왔던 곳임

[참고링크]

무슨 일본 전국의 도시락을 다 모아놓은 것같은 디피에

정말 저 많은 걸 다 먹어도 다 맛있을 것 같은 메뉴에

눈 돌아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요일 아침 6시인데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도 신기했고...

정말 일본 거의 모든 지방의 에키벤은 다 모아둔 모양새였는데

도쿄역하면 다들 많이 사먹는다는 카츠샌드 도시락도 생각해봤지만

일단 캐릭터 도시락 코너에서 

오늘 타게 될 E5형 신칸센 도시락과

스시 에키벤 코너에서

사바보즈시를 사 보았다

(사바보즈시는 고등어 스시같은 것으로 교토 특산물이라고 한다

초절임한 밥 위에 고등어와 다시마를 얹어 

봉 모양으로 말아낸 것이다

자세한 것은 이런것을 찾아보자)

이거 찾아보니까 인기가 많아서 금새 품절된다고 하길래 샀다

언제봐도 그 작동 알고리즘이 신기한

자체 가열 에키벤이나(무슨무슨 줄을 땡기면 따뜻해짐)

하지만 내가 뭐 쌉돼지도 아니고 도시락을 세개 네개 먹을 순 없어서ㅠ

나고야하면 또 유명한게 

(우리나라에도 있지만 헬적화된 야바톤으로 대표되는) 

미소카츠인데

나고야도 뭐 언젠가는...? 가보겠죠...?

이제 어지간한 일본의 사람 모이는 도시는 얼추 IC카드가 통용되더라

내년부터는 오키나와도 된다니 IC카드 하나면 

대도시권에선 큰 문제가 없겠지 싶었다

너무 긴장한 탓인지 열차 출발 시각보다 많이, 

상당히 많이 서둘러 온 것 같다

도시락까지 구입을 마쳤는데 아직도 5시 55분;;

내가 타는 하야부사 1호는 아키타로 가는 코마치 1호와 연결되어 가는데,

코마치 1호는 올라가던 중 모리오카 역에서 분리되어 아키타로 향하고,

남은 하야부사 1호는 신하코다테호쿠토까지 남은 길을 떠나게 된다

시속 300킬로미터로 달리는 열차가 분리되는 모습은

기차를 많이 타는 사람들도, 일본인들도 다들 신기해한다

하야부사 1호는 모든 좌석이 지정석이다

다른 신칸센에는 자유석도 많이 있어서

승차권과 특급권만 있으면 아무데나 앉아 갈수 있지만

이렇게 모든 좌석이 지정석인 열차는 꼭 사전예약을 해야 탈 수 있다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을 겸 해서

좀 일찍 플랫폼으로 올라왔다

이렇게 이른 시각인데 사람이 꽤 많았다

반대편 20번 플랫폼에는 야마가타현으로 향하는

신칸센 츠바사가 들어오고 있었다

신칸센 노선마다 디자인이 미묘하게 다른데

개인적으로 카나자와 행 호쿠리쿠 신칸센과 

야마가타 신칸센이 제일 호감가더라

21번 플랫폼에는 아직 카나자와 행 신칸센 카가야키도 안 들어왔다

카나자와 행 카가야키

이것도 전석 지정석이다

호쿠리쿠 신칸센이 비교적 최근에 완공된지라

열차 디자인이나 내부 공간이 더 괜찮다는 얘기도 있다

플랫폼 끝에는 흡연구역과 기관사용 대기실이 있었다

도호쿠, 호쿠리쿠, 아키타, 야마가타, 죠에츠 신칸센 등

시발역이 도쿄역이기 때문에

왼편 선로는 끝이 막혀있다

20번 플랫폼은 그새 또다른 호쿠리쿠 신칸센인

하쿠타카가 도착하여 대기중

카가야키와 하쿠타카는 같은 노선을 달리지만

정차역이 약간 다르다

(카가야키는 정차역이 적은 대신 카나자와까지 빠르게 가는 속달형)

저 멀리 플랫폼에는 정 반대 방향인

오사카로 향하는 도카이도 신칸센 히카리가 대기중이었다

기관사와 구내 경찰이 정자세를 취하고

입선하는 열차를 지켜본다

주둥이가 길쭉해서 오리같다는 얘기도 듣지만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한 과학적 디자인이라고 한다

한창 공사중인 자기부상철도 츄오 신칸센(얘는 505km/h 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고)의 경우

이것보다 더 열차의 선두부가 길게 빠져있다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가장 걱정했던 게

이 빠른 시간에 출발하는 열차에

무사히 탈 수 있느냐였는데

참 기분이 뿌듯하고, 좋았다

저 10호차 팻말 옆의 황금색 로고가 그란클래스라는 표지인데

내가 타는 그린석보다 더 좋은 좌석으로

마치 비행기를 타는 것처럼 기내식도 제공되고

여러모로 고급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더라

그리고 JR패스로는 탈 수 없고

일본 의원들도 돈 내고 타야한다나

(그린석까지는 공무수행용으로 탈 수 있다)

그란클래스 객차에는 5-6명 정도가 타는 것을 보았다

앞의 저 빨간 열차가 아키타 행 신칸센 코마치

흔히 4시간의 벽이라 하여

고속열차의 소요시간이 4시간을 넘기면

차라리 비행기를 타는게 빠르다는 사람들의 생각으로 인해

비행기와 경쟁하기 힘들다고 한다

아키타의 경우 비행편이 그렇게 많지 않아

신칸센으로 4시간 이내 도착이 가능하면 경쟁력이 있다 판단,

기존 궤도를 개조한 미니 신칸센 식으로 개통한 사례이다


도쿄~후쿠오카의 경우 실제로 신칸센으로 아무리 빨리 가도 

4시간을 넘기므로 비행기의 경쟁력이 더 쎄고

도쿄~오사카는 가장 빠른 열차의 소요시간이 2시간 22분에 불과해

실제로 도쿄~오사카 간 도카이도 신칸센을 운영하고 있는 JR 도카이는 

도쿄~오사카 간 직장인 수요로

압도적인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들었다

끌고 왔던 24인치 캐리어가 선반에 올라갈 지 걱정이었는데

살짝 넘치긴 하지만 선반에 안정적으로 올라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20인치 캐리어 정도는 아주 넉넉할 듯

그린석이라 좌석 크기도 크고, 목받이도 있었다

특이하게 뒤에 지퍼가 달려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다

등받이와 레그레스트, 독서등을 조절하는 버튼이 팔걸이에 있고

팔걸이 바로 아래에 100V 콘센트가 있다

출발!

도쿄역을 막 출발했는데 오잉 저건?

야마노테선에 방도리 랩핑 열차가 있다고 해서

좀 기대했지만 막상 어제는 못 보다 여기서 마주쳤다

그럼 이만~~~

우에노에 도착한다는 안내

우에노 역을 지나고 슬슬 밥 먹을 준비를...

하야부사 도시락과 사바보즈시(고등어 봉 초밥)을 샀다

무가당 오후의 홍차가 피처링을 맡았다

도호쿠 신칸센이니까 아무래도 종착역이 신아오모리로 되어있다

(신아오모리~신하코다테호쿠토는 JR홋카이도 관할)

만두, 달걀말이, 소시지, 볶음밥...

어린이 도시락이다 보니 좀 애들 입맛에 맞춘 반찬들만 있었다

디저트는 아오모리 현 특산물인 사과를 이용한 젤리였다

이렇게 도시락용 골판지와 포장을 드러내면

그대로 신칸센 모형 통이 되어 기념품으로 가지고 갈 수 있었다

도시락 맛이야 뭐 어린이 도시락이니까 큰 감상은 없었는데

디자인이나 포장 디테일이 훌륭해서 참 만족했다

그리고 고등어초밥? 주먹밥? 을 뜯었다

그새 음료수를 다 마시고 기린 레몬을 꺼냈다

수상한 모양의 츠케모노가 있고

대나무 잎? 으로 싼 고등어밥이 있었다

아 근데 이거 제조사 위치가 후쿠시마 현이던데 너무 두려웠다

(재료는 미야기 현과 미나미 산리쿠 지방이라고 하지만)

맛은 좋았다 정말로. 다만 디자인이 좀 당황스러웠고 만든 곳이... 휴...

우에노를 지나고 얼마 되지 않아 오오미야에 도착한다

여기서도 적지 않은 사람이 탔지만

 내 옆자리는 비어서 기분이 좋았다

이제 센다이까지는 논스톱이다

계속 야트막한 주택가와 농지가 번갈아 나오더니

정말 빠르게 센다이에 도착

여기서 꽤 많은 사람이 타서

그린석 차량도 80% 정도가 들어찼다

센다이에서 모리오카 가는 길에는 시속 300키로를 찍더라

곧 코마치와 갈라서는(?) 모리오카

옆 자리에 한시도 가만있지 않고 계속 몸을 뒤틀던 사내가 있어서

잠깐 나가 열차 분리 장면을 찍어볼까 하던 생각은 접어둘 수 밖에 없었다

4분 정도 정차한 열차는 다시 가던 길을 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