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R홋카이도 학원도시선 (삿포로~신토츠카와)
기상!
오늘도 눈 뜨자마자 아주 죽겠고 훌륭하다
어젯밤 이온 마이바스켓에서 산 삼각깁밥
30% 할인된 참치마요(ツナマヨ) 라는데
조개가 타쿠상 들었다고? 어떻게?...
오늘도 날이 무척 더울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래도 나름 북쪽이라도 30도를 넘진 않을거라고...
코인로커가 정말 정말 많기 때문에 여유있다
이번엔 헛짓거리 하지 않고
스이카로 결제했다
나중에 찾을 때 카드로 터치하고 찾으면 된다
참 편리한 부분이다
개찰구로
아직 이른시간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다
모니터에는 10월 1일 소비세 인상에 따른
티켓 예매시 가격 적용에 대한 안내가 나오고 있었다
홋카이도이료다이가쿠 방향 열차는 많이 있지만
오늘 내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가려면
저 6시 58분 열차를 무조건 타야한다
반대편 플랫폼에는
일본 최동단 특급열차 정차역인 쿠시로행 슈퍼오오조라와
무한도전, 유빙, 골든카무이(...)등으로 익히 알려져있는 아바시리행
오호츠크 열차가 대기중이다
참 단촐한 구성이다만
생각보다 타는 사람이 많은 열차였다
어째서인지 일본에서 보통열차라고 하면
되게 낡고 후진 것처럼 느껴지는데
사실 우리가 타는 90%의 전철이 보통열차긴 하다
이렇게 한 플랫폼에 다양한 열차가 정차하므로
각 열차별 위치가 와이어에 빨래처럼 걸려있다
이쪽에는 특급 카무이, 스즈란, 라일락이 정차하고
3도어 보통 열차도 정차한다
(열차 1량에 출입문이 3개, 참고로 우리나라 전철은 대부분 4도어)
위 차량의 차량기호는 모하721-9 인데
일본 전차의 차량기호를 읽는 법은 이렇다고 한다
[출처 - 빙글]
모 - 모터, 전기로 간다(=운전석이 없음)
하 - 보통차 (그린석이 아님)
첫째 자리 : 7 또는 8 - 교류
둘째 자리 : 0,1,2,3 - 통근용
셋째 자리 : 설계순번
대쉬 다음 숫자 : 제조번호
그러니까 이 차량은
운전석이 없고(즉 선두차가 아니라 중간차),
보통차량(자유석 또는 지정석)이며,
교류를 사용하며(즉 전동차)
통근용으로 설계된 열차이다
이런 저런 걸 구경하다보니 내가 탈 전동차가 도착
홋카이도, 도호쿠 지방의 기차 문은
저렇게 원도어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겨울철 찬 공기가 들어오는 걸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일찍 온 탓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다행히 앞을 보고 가는 크로스시트였다
좌석은 절반 정도 찼는데 다음 3-4 역 정도를 지나자
좌석은 모두 찼고 서서가는 사람도 제법 있었다
학원도시선이라는 명칭은 사실 애칭같은 거고
정식 명칭은 삿쇼선인데
'삿포로(札幌)'의 札(사츠 또는 삿이라고 읽음)과 '이시카리누마타(石狩沼田)'의 沼(누마 또는 쇼라고 읽음)를 한글자씩 따서
삿쇼선이라고 했으나
이시카리누마타까지 가는 노선이 폐선되면서 그 명칭을 쓰기 애매해지자
'어차피 중간에 학교도 많은데 학원도시선이라고 하자' 하여
비공식 명칭이 학원도시선으로 정해졌다나
특히 학교로 통학하는 중고교생들과 대학생들이 많이 탔다
그들은 대부분 아이노사토쿄이쿠다이(아이노사토교육대) 에서 내렸다
잠깐 전철로 나왔을 뿐인데 집은 점점 드문드문 보이고
논밭과 풀숲만 보인다
전철화는 되어 있지만
단선 철로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이 열차는 홋카이도이료다이카쿠(홋카이도의료대학)까지 가지만
그 전 역인 이시카리토베츠에서 환승해야 한다
왜냐면 학원도시선의 종착역까지 가는 열차가
이시카리토베츠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딱 봐도 세월이 느껴지는 열차다
이런걸 언제 타보겠어
키하40계 디젤 동차는 일본 국철 말기에
엄청나게 찍어댔다는데
일본에서 1067mm 협궤라면 큐슈 남쪽부터 홋카이도 북쪽 끝까지 갈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범용성때문에
1977년 데뷔 이래 아직도 굴러다니고 있다 한다
점점 차가 낡아가니까 교체 필요성도 있다지만
이거주로 굴리는 회사들(JR큐슈, JR홋카이도) 회사 사정이 그렇게 녹록치 않은지라...
무려 JNR, 일본국유철도 시절 로고가 박혀있는
무려 선풍기가 있다
역시 홋카이도...
이시카리토베츠에서 출발하는 2량짜리 디젤 동차는
사람을 가득 싣고 출발했다
이게 어딜봐서 내년 폐선되는 기차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 열차가 오늘 첫차이자 막차이다!
JR홋카이도 소속이며
하코다테운전소에서
헤이세이 4년(1992년) 개조했다고 한다
아까 키하40-402 였으니까
차고지는 삿포로 나에보 운전소일것이다
재정상태가 여러모로 막장인 JR홋카이도는
못 쓰는 차량을 개조해 이렇게 역사로 활용한다
이거 버려진거 아닌가 생각도 들지만
내부는 나름 관리가 되고 있다
비록 엄청나게 눈이 오고 또 녹으면서
저런 부식이 일어나고는 있다만 정상영업중이다(...)
중간역인 이시카리츠키가타에서 꽤 오랜 시간을 정차한다
여기서 이 열차를 탄 철덕동지들 철도동호인들이 우르르 내려서
이래도 되나 했는데
10여 분을 정차하니까 꽤 여유있는것이었다
사람들이 그래도 1/3 정도 내려서
여태 사람이 너무 많아 간신히 롱시트에 낑겨가다
겨우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청춘18 (세이슌 쥬하치) 티켓이라는게 있는데
일본 내 모든 보통, 급행(특급 X) 열차를 5일간 무한정 탈 수 있는 것이다
이름과는 달리 따로 연령제한이 있는 건 아니고
다만 3~4월, 7~9월, 12~1월에만 사용가능하고
판매기간도 각각 2~3월, 7~8월, 12월 즈음이다 (해마다 다름)
뭐 자세한 설명은 나무위키 따위를 참고하면 되고(...)
아무튼 9월 10일 이 날이 청춘18 티켓 사용가능한 마지막 날이었다!
그래서 그런건지 사람이 정말 많았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평일의 하루 1왕복 열차 승객 치고는
너무 많은거 아닌가 했는데 이런 문제가 있었다
사람들이 이렇게 내려서 사진을 몇천 장 찍고 있는걸 보니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나도 내려보았다
참 우리나라에서도 별로 없는 간이역에서조차
보기 힘든 광경이다
열차가 십수 분을 이렇게 정차하다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마찬가지로
'오늘 이곳을 떠나면 평생 못 볼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2020년 5월 7일까지만 운행하고
이시카리토베츠~신토츠카와 구간은 폐지된다
이 이시카리츠키가타 역도 마찬가지로 사라진다)
그러다보니
낡아빠진 역 표지판, 팻말들도 새롭게 느껴진다
이 각도에서 한 번, 저 각도에서 한 번...
크로스시트라고 해봐야
거의 비둘기호급 각진 시트일뿐이다
이런걸 3-4시간 넘게 타고 가면 온몸이 고통당할 것이다
...저거 국철컨테이너라고 적혀있는건가?...
언제적 국철화물(현 JR화물) 컨테이너가 대체...
막 사람들이 몰려들어
왔던 방향 반대쪽 선로를 찍고 있길래 봤더니
저 멀리에서 또 다른 낡아빠진 디젤동차가 오고 있었다
왜 내가 타고온 기차가 서 있었냐하면
앞으로 갈 구간(이시카리츠키가타~신토츠카와) 이
통표폐색 구간이기 때문이다
자세한 설명은 구글을 참고하고
앞으로 갈 구간에는 선로가 1개 밖에 없기 때문에(역도 선로가 1개)
무조건 열차 1대만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우라우스 역에서 출발한 이 열차의 기관사가
통표를 건네야지
이 역에서 정차중이던 열차가 비로소 출발할 수 있다
뭐 그런 상황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두 열차가 나란히 서 있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이런 보기드문 절차가 일어나는 역이라
저 열차를 타고온 사람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따로 온 사람들도 많았다
아무튼 통표를 교환했는지 어쨌는지
사람들이 다시 우르르 타길래
나도 따라서 열차에 올랐다
대충 시속 60키로도 안되는 속도로
인적도 없는 길을 달리는 디젤동차
중간중간 디젤엔진 소리가 무슨 트럭 탄것처럼 정겨웠다
뭐 이딴데에 역이 있는지
존재의 의문이 생기는 역도 있고
나름 그럴싸한 건물을 갖춘 역도 있었다
우라우스 라는 동네가 생각보다 관광수요가 있는 것인지
삿포로 역 관광안내소에는
우라우스 당일치기 관광 패키지도 안내하고 있었다
츠루누마 역에서
유치원생인지 소학교 학생들인지
30-40명의 아이들이 선생님의 인솔을 따라 우르르 몰려탔다
애들도 내년이면 없어질 역에 소풍가는 것이겠지?
6시 58분에 삿포로를 출발,
도중에 열차를 한 번 갈아타고
9시 28분, 신토츠카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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