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님/201909 Japan

18. 일본에서 가장 쓸쓸한 기차역, 신토츠카와

Victor_ 2019. 9. 28.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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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기 전에 이 동차의 공조장치(=선풍기)의 전원을 보았다

기차 선풍기를 내가 끄고 켤 수 있다니...

기차에서 내린 사람만큼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도 많았다

초가을로 접어드는 시점이라 코스모스가 잔뜩 피어있었다

아까 우르르 탄 소학교인지 유치원인지 애들도

여기는 처음 온 것인지 구경에 여념이 없었고

신 토츠카와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곳은 나라 현 토츠카와에 살던 주민들이

마을이 홍수로 삶의 터전을 잃자

이 땅에 와서 논밭을 일구고 개척하기 시작했다 한다

주변 명소가 있다는데...

핀네시리 산, 후루사토 공원, 개척개념관 등이 있다고 한다

개척기념관은 나라 깡촌에서 올라온 이주민들이

어떻게 여기에 정착했는지를 미니어처와 인형들로 표현했다고 한다

이들이 과거에 살았던 토츠카와무라의 위치는 여기니까

정말 시골도 이런 시골이 없다

열차를 타고 온 사람들이 내리기가 무섭게

이미 돌아가는 기차편을 타기 위한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다들 가는 길의 사진을 찍기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서겠지

삿포로맥주 광고가 있어야 할

역 팻말 하단에는

같은 디자인으로

'어서오세요 

삿쇼선

종착역'

이라고 쓰여있다

역 스탬프도 두 개나 있다

찍어가라고 무지 노트도 비치되어 있었다

도장, 스탬프 상태 모두 좋았다

신토츠카와 역은 역무원이 없는 무인역이지만

이렇게 철도여행 및 역 방문 관광수요가 있기 때문에

열차가 도착하는 시간을 전후한

2시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는 관광안내소를 운영하고 있다

JR삿쇼선 DVD, 삿쇼선 우표집, 음...나마라소라치...?

가 뭔가 했더니 타키카와 지역 신문 게재 칼럼집이라고

발차시각표가 매우 인상적인 곳이다

10:00 이시카리토베츠 행이 첫 차이자 막차

접근성이 이 지경이다 보니

역내에 있는 지도는 고속도로 IC와

미치노에키(휴게소) 위치가 소개되어 있다

이 코스모스 밭 쪽에

하루 24시간 중 32분밖에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역에

열차가 서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이들이 많이 있었다

열차의 종착점이 저 끝에 있다

매일 이렇게 그 날의 승객 수를 카운트하고 있다

확실히 주말과 공휴일에 숫자가 늘어나고

방학으로 접어들며 방문자 수가 늘고 있었다

9월 10일 오늘은 무려 150명!

마을 재건 프로젝트까지 진행될 정도로

딱히 관광유치수단이 없는 한적한 농촌인 이 신토츠카와가

폐선 후에도 이 역사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모르겠다

기념관처럼 남겨놔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제 와 보니 뭐 기념품이라도 사갈까 후회도 되지만

내가 생각보다 그렇게 <<그거>>는 아닌 것 같아 관두었다

기념품가게도

열차 도착(09:28)시간과

출발(10:00)시간 전후 30분 에만 오픈하는 곳이었다

더이상 기차로 이동할 수 없으므로

일단 간다

신토츠카와에서 가장 가까운 역은 타키카와인데

타키카와까지 가려면 세 가지 방법이 있다

1) 도보

역에서 직진해 세이코마트를 지나 

다리를 건너자마자 좌회전해 그대로 직진

약 50-60분 소요

여름, 겨울엔 좀 힘들 것 같다

2) 택시

9:00-10:00 사이에는 역 앞에 택시가 서 있긴 하다

10분, 4.5km 정도

오차가 있을 수 있는데 삿포로 기준 4.5km 면 1500엔 정도 나올 듯

3) 버스

역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훼미리마트가 있다

이 훼미리마트 앞에 추오버스 정류장이 있다

참고로 열차 도착 시간이 9:28 인데

이 시간에 가장 가까운 시간대의 버스가 9:56에 있고

그 다음 버스는 13:39 에 있으니

신토츠카와에 시간을 많이 쓰거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게 아니라면

버스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앞에 신토츠카와 마을회관이 있다

아무리 낮 시간에 사람이 없다지만 배차 간격 4시간은;;

시골마을의 상징 코인정미소;;;

버스 도착

나 말고 예닐곱 명 정도가 탔는데

대부분 이 지역 노인분들인 듯 했다

타키카와역 앞을 시종점으로 하여

후루사토 공원, 복지회관을 경유하는 버스다

IC카드같은건 물론 통하지 않으며

정리권을 뽑아서 요금과 지불해야 한다

타키카와 역에서 출발하는 순환버스기 때문에

요금이 늘어났다 줄어드는 식이다

이시카리 강의 지류인 톳푸 강과

이시카리 강을 건너는 버스

버스를 탄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대략 15분 정도를 달려 타키카와 역에 도착

타키카와 역 근처에는 스카이파크라는

글라이더 비행장이 있어서 저런게 전시되어 있었다

근데 그거 빼고는 참 썰렁한 역전이었다

택시들만 드문드문 서 있고...

원래라면 티켓 발권기 세 대가 있었을테지만

승객 수요가 적어서일까

나머지는 철거되고 유인창구와 발권기 하나만 우두커니 남아있었다

타키카와가 나름 특급이란 특급은 다 서고

꽤 큰 역인데도 되게 쓸쓸한 분위기였다

그래도 역 구내는 깔끔하더라

여기에도 역 스탬프가 있다

코스모스와 글라이더의 거리, 타키카와 역

이번 여행 중 가장 잘 나온 역 스탬프였다

風が見つけたまち(바람이 발견한 거리)

참 곱씹어봐도 인상적인 문구다

타키카와 역이 1898년 개업했으니

여기도 참 오래된 역이다

일단 삿포로-아사히카와 사이에 있는 역이니 없어질 일은 없겠지만

앞으로 JR홋카이도가 열차 편성을 축소하면

더 쓸쓸한 역이 되려나?

뜬금없이 타키카와 도시관광 팜플렛도 발견했는데

한글판만 남아도는 걸 보며

또 쓸쓸함을 느꼈다(...)

열차 오려면 시간이 좀 남았는데

뭐 이 역에 매점이나 기념품 상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바깥 공기도 좋아서 그냥 플랫폼에 나가 있기로 했다

사람도 열차도 없는 참 조용한 풍경이었다

한쪽 플랫폼에는 이와미자와 행 보통열차가 서 있었다

여기도 키하40계가 노인학대를 당하고 있었고

이쪽이 후카가와, 아사히카와 방향 특급열차용 플랫폼인가보다

저 녹슬어버린 철제 안내판과 역 지붕이

홋카이도 날씨의 가혹함을 짐작케한다

일본 최북단행 소야, 아바시리행 오호츠크 열차... 라고 해봐야

각각 하루 1편, 2편 밖에 없고 그마저도 4칸짜리 소박한 구성이다

오히려 삿포로-아사히카와를 왕복하는 카무이, 라일락의 규모가 더 클 정도

7번 플랫폼에 정차중인 동차

아침에 이시카리토베츠에서 탄 키하40 동차와 달리

선두부 모양이 각지고 좀 더 세련되게 생겼다

쉴새없이 신칸센과 특급열차. 보통열차가 지나가고

열차도착안내 방송이 쉴틈없이 나오던 도쿄에 있다가

몇십 분 째 안내방송은 커녕 열차도, 사람도 없는

(역내 보수공사하는 분들은 계셨지만)

홋카이도에 와있으니 참 느낌이 생경했다

때마침 시원한 바람도 살살 불어 기분도 좋았다

겨울이 혹독한 곳이니

난방되는 대기실은 필수일 것이다

딱 한 정거장이지만

JR패스를 최대한 뽕 뽑기 위해

특급열차 그린석으로 예약했다

특급 라일락 11호

라일락에도 그린석은 얼마 없다

특히 이런 1인석은 한 손으로도 꼽을 수 있다

하코다테에서 탔던 슈퍼 호쿠토와 달리

콘센트가 열차 벽부에 있어 좀더 안정적이다

타키카와 역에서 뽑은 이로하스 밀감맛과 함께

저렇게 실컷 설정샷 찍어놓고 지정석 티켓은 열차에 두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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